명장들이 즐겼던 탕치온천, 다케오온천 武雄温泉
다케오(武雄)를 수식하는 <1,300년의 역사>는 현재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지역은 임진왜란 후 조선에서 끌려온 도공들이 일본 도자기 산업을 꽃피운 지역이다. 함께 도자기 마을로 시작해 지금까지 전통이 보존된 아리타, 아리마... 하지만 다케오는 다른 길을 걸었다. 큐슈의 요지였기에 도시화의 숙명은 어쩌면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도시화로 옛 흔적들이 사라진 마당에 1,300년이란 숫자란 어떤 의미일까?
다케오온천을 7년 만에 다시 찾았다. 그 사이에 도시는 작은 변화를 도모하고 있었다. 새로 취임한 시장은 소도시의 혁신을 약속했다. 큐슈 올레길 다케오코스가 개발되었고, 근사한 도서관이 도시의 품격을 높였다. 도시의 사소한 변화는 다시 날 이 도시로 이끌었다.
큐슈는 철도 마니아들에게 세계적인 성지로 손꼽힌다. 큐슈 구석구석 운행하는 특급열차나 관광열차가 마니아들의 가녀린 鐵心을 유혹한다. 사가현은 미도리익스프레스(또는 특급 하우스텐보스)라 불리는 783계 노.장.특급열차가 운행중이다. 큐슈지역 특급열차중 가장 오래된 열차지만 1989년 데뷔 당시 로렐상(일본 철도친우회가 제정한 상)을 수상했을 만큼 디자인적으로 큰 이슈를 일으켰다.
사가현은 큐슈지역에서 가장 덜 알려진 지역이다. 여행가이드북에도 사가현의 분량은 매우 적거나 아예 없다. 큰 도시도 없고 특출난 관광지도 없다. 그래서 일본 시골의 순수한 속살을 간직한 청정녹색여행지다. 온통 녹색으로 포장된 대지... 차 한 잔이 떠올라 가방 속 녹차를 꺼냈다. (인근에 위치한 우레시노는 녹차의 명산지이기도 하다.)
JR다케오온천역 (JR武雄温泉駅) 다케오시(武雄市)가 교통의 요지이기에 기차역도 현대적인 시설로 재단장되었다. 시간이 멈춘듯한 이 도시에 다케오도서관과 함께 가장 현대적인 건물일 것이라 추측했다. 주요 관광지는 도보로 대부분 10분 이상 걸어야 하며,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으니 관광안내소에서 지도 챙기기는 필수!!!
다케오온천역 사가규佐賀牛 벤토 일본에는 약 150종류의 지역 특산 소(=규)가 있다. 이중 마쓰사카규(松阪牛), 고베규(神戸牛)와 함께 사가규는 일본 소고기계의 탑클라스다. 기차도시락이 발달된 일본은 매해마다 에키벤그랑프리를 개최하는데, 8회, 9회 2년 연속 1위로 입상한 기차도시락계의 전설이다.
| 다케오는 고요한 여느 시골소도시와 비슷했다. 소도시의 순수함과 지극히 지루한 풍경이 연출된다.
다케오온천의 본래명칭은 츠카사키온천(柄崎温泉)... 라듐 성분이 많아 예로부터 탕치 효능이 뛰어났다. 임진왜란 등 전쟁 중 다친 병사들이 이곳에서 쉬며 치료받았다. 미야모토 무사시 등 명장들이 다녀가자 이곳은 장수들의 온천 즉, 다케오(武雄)온천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다쓰노 긴고의 애향심이 느껴지는, 다케오 온천 누문과 신관 武雄温泉 新館・楼門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일본 건축계의 주춧돌이라 불리는 다쓰노 긴고(辰野金吾, 1854~1919)... 사가현 가라쓰출신이던 그는 인생말년 고향에 의미를 두고 싶어 했다. 조계시절 도쿄, 오사카, 서울 등 아시아 대도시 중심에 건축한 네오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은 그 지역 랜드마크가 되었다. (여담으로 舊 서울역, 명동 한국은행 본점도 그의 작품이다.) 그런 그가 시골 변방 온천가에 네오르네상스 양식이 아닌 일본전통미를 담은 자신의 작품을 건축했다. 지금까지도 다케오의 심벌로 남아있고 그의 대표적인 번.외.작.품이기도 하다.
누문을 지나면 대중탕 모토유(元湯), 호라이유(蓬莱湯)를 비롯한 대중탕과 가족탕, 노천탕 사기노유, 그리고 로몬테이란 료칸이 나온다. 입구에는 시설별로 한글설명이 상세해서 한국인들도 편히 이용할 수 있다. 자연을 벗하며 즐기는 온천을 상상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다케오온천의 진정한 매력은 '클래식한 시간'이다. 모토유(元湯)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대중탕이다. 오래된 동네목욕탕으로만 치부하기엔 오래됨의 가치를 아는 이들에게 이 공간은 사랑스럽다. 그래서일까? 온천 마니아들 사이에서 모토유는 굉장한 인기다.
노텐부로에서의 시원한 여유, 사기노유(鷺乃湯) (부제 : 모토유로 갔어야 했다.)
골동품 온천인 모토유에 금일 이용객이 많았기에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사기노유로 발길을 돌렸다. (사실 노천탕이 더 끌렸거니와 사기노유도 클래식할 줄 알았다.) 대중탕 중 유일하게 노천탕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지만 다른 대중탕과 달리 현대적인 온천이라 클래식한 느낌은 전혀 없다.
여행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따스한 물로 입수한다. 입수와 동시에 입에서는 '아~'라는 소심한 외침이 나왔다. 그리고 향기로운 가을바람을 마셔본다. 모토유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준 것은 나만 존재한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① 소박한 공간의 로비에는 휴식공간이 있다.
② 탈의실은 항상 깔끔하다. 일본은 남탕이어도 여직원이 청소하니 굳이 놀랄 필요는 없다. 일본인은 수건으로 가리는 편이지만 한국인들은 안 가리기에...
③ 노천탕의 백미는 자연을 조망하는 것일텐데, 신관의 지붕만 조망된다. 경치는 아쉽다.
④ 휴게공간도 알맞게 마련되어 있다.
▣ 가는 법 | JR다케오역에서 도보로 10분 ▣ 여행정보
|
온천욕 후 개운한 몸으로 다케오시도서관으로 향해 발걸음을 돌린다. 다케오온천 인근은 전형적인 시골도시형 료칸마을이다. 주변에는 다양한 료칸들이 영업중이며 과거에 번성이라도 한 듯 제법 긴 상점가가 줄지어 있다. 하지만 '번성'은 과거형일 뿐이다. 불황의 여파에서 아직 못 벗어난 듯 문을 연 가게들이 많지 않다.
적어도 한국인에게는 교토야京都屋 (www.saga-kyotoya.jp)가 다케오온천 대표료칸일 것이다. 예전 여행사 직원과 차 한잔 즐기던 중 끊임없이 교토야사장님으로부터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한국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담당자는 사장님이 한국인에게 굉장히 호의적이라고 했다. 한국인 여행자의 언어의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인 직원을 채용하는 등 한국인들을 배려한 료칸이다. 당시에 사장님이 섬세한 분일꺼라 생각하긴 했는데, 료칸을 섬세하게 관리했다. 다이쇼시대의 낭만을 섬세하게 간직한 료칸답게 입구에는 료칸의 상징인 클래식한 송영차량이 눈에 띈다.
●● 다케오온천 최고의 료칸은 미슐랭가이드에 등재된 일본 최고급 료칸으로 손꼽히는 치쿠린테이 御宿 竹林亭. 이곳은 1박에 100만원 정도지만 인기 조차 많아 투숙이 어렵다.
도시의 품격 (+다케오 행정개혁의 상징), 다케오시도서관 武雄市圖書館
온천욕으로 몸을 건강케했으니, 이제는 뇌를 건강케 할 차례!!! 온천가에서 지도에 집중하며 20분 걷다 보니 도서관이다. 다른 나라까지 가서 왠 도서관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곳은 이미국경을 초월해 사랑받는 감성스팟이다. 한국인들의 영원한 안식처인 별다방이 있고, 친환경적으로 개방형 인테리어가 마치 멜로영화의 한 장면으로 써도 손색없을 만큼 지성적이다.
도서관에서 스타벅스 커피와 빵으로 온천욕 후 허기진 배를 달래고 있을 때, 다른 지역 공무원들의 시찰로 시끌벅적했다. 일본 소도시들은 젊은 층의 인구 감소로 도서관 운영은 혈세 먹는 하마다. 인구 5만 명의 다케오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6년 취임한 히와타시 게이스케 시장은 젊은이가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자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존 도서관을 민영화했다. 렌탈샵 TSUTAYA, 스타벅스, 서점 등 민관업체와 함께 도서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개관 한 달 만에 무려 10만 명이 방문하는 등 현재 이 도서관은 외지인들이 더 많이 이용할 만큼 도서관 경영혁신의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잡담1. 도서관 시찰도 도시경제 활성을 위해 다케오에서의 5인 이상 + 숙박이 조건이란다.
잡담2. 이보다 훨씬 더 먼저 대만의 신베이터우온천마을도 도서관으로 도시의 품격을 높였다. 우리나라 소도시들이여!! 뭐 하는 게냐!!!
●● 홈페이지 | www.epochal.city.takeo.lg.jp/winj/opac/top.do
●● 가는 법 | JR다케오온센역 또는 다케오온천거리에서 도보로 15분
도서관에서의 행복한 커피온천을 즐긴 후 숲 속 산책을 거닐기로 한다. 도서관 뒤편의 다케오신사는 큐슈 올레길의 중심이다. 이 신사는 3,000년 된 녹나무가 굉장히 유명하다. 고목은 신사 뒤편 음침한 기운이 감도는 숲 속에 숨어있다.
3,000년의 영험한 이야기를 지닌 거대한 녹나무
해 질 무렵 음침한 숲은 저녁을 맞을 준비 중이다. 바람결에 대나무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춤추고 있었고, 숲 뒤로 고목이 나에게 오라며 손짓 중이었다. 마치 무엇에 홀린 듯 두려운 발걸음으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디뎠다. 어느 순간 숲 속에는 오직 나와 3,000년 된 굉장히 거대한 고목만 마주하고 있었다. (사진과 달리 실제로 보면 고목의 기운이 굉장하다.) 고목을 마주하고 난 마치 먼지 같은 존재 같았다. 더 이상 그를 향해 앞으로 나가는 발걸음은 두려웠다. 시간이 흘렀어도 거대한 고목의 잔상이 참 짙다. 이 고목은 예로부터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준다고 한다.
노을지다의 여행정보
홈페이지 | www.takeo-kk.net 다케오시관광협회 |
교통 | 후쿠오카에서 JR특급열차로 약 1시간, 하우스텐보스 또는 사세보에서 JR특급열차로 약 30분 우레시노온천이나 아리마, 아리타 도자기마을과 연계해서 여행하면 좋다. |
지도 | 도심은 크지 않지만 볼거리 퍼져있어 어딜 가든 10~20분 이상 걸어야 한다. 도시는 크지 않지만 길이 다소 복잡해서 지도는 필수다. 도서관과 온천 모두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니 낮에 다른 지역을 여행 후 늦은 오후즘 쉬는 계획으로 잡는 것이 좋다. |
여행팁 | ◎ 료칸 숙박을 원한다면 다케오온천보다는 우레시노온천쪽을 권한다. 만약 다케오에서의 숙박을 원한면 다케오온천가의 료칸들을 추천한다. 다케오온천가 료칸들은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기에 대부분 무료송영을 해준다. 단, 다케오온천이 우레시노온천에 비하면 교통이 편하다. ◎ 큐슈올레길 다케오코스를 방문하지 않는 이상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 길이 복잡하니 지도로 잘 체크하면서 산책을 즐겨야 한다. |
블로그 원본 : http://noeljida.blog.me/220224416581
※ 이미지 일일이 따로 올렸습니다. ^^;; 감사합니다.